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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2025.07.The Way I Run 장애물을 뛰어넘을 때
온갖 것들을 뛰어넘고 달리며
넘기 위해 지면에서 일어나는 발돋움,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붕 뜬 몸을 갈무리하기,
이를테면 넘어지지 않도록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가벼운 몸에서 무거운 몸으로의 전환,
나의 무게를 오롯이 견디는 것. 나의 질량을 받아들이기,

흘러넘쳐서 꺾이는 발목, 팽팽하게 긴장하는 몸, 지면에 긁히는 표피, 강제로 뜯겨지는 연약한 피부, 몸을 흡수하려 드는 중력, 주저앉은 바닥에서 느껴지는 이끌림, 움직임의 중단, 멈춤 찍어 누르는 압박감, 납작한 모습으로 박제되는 몸, 눌러붙는 죽은 움직임, 행동을 멈춘다. 정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과 나를 나누는 자그마한 면의 중심을 잡는다. 마찰한다는 착각, 발을 바닥에 대고 있다는 착각, 접지되어 있다는 착각, 실은 모두가 붕 떠 있는 상태야. 내 몸, 내 발바닥은 진짜 땅에 닿아본 적이 없거든.

땅 위에 세워진 기둥과 바닥 그것이 하나씩 생길 때마다 퍼즐을 맞추듯 견고해지는 약속된 규칙들 이 땅에 홀로 서기 위하여 달리기 위하여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하여 달리고 넘고 무너지고 일어서고 달리고 반복 넘고 달리고 지면에 닿았다는 것 착각 그런 것은 수많은 나날들 속에 축적된 진짜 땅이 아니라 가짜 바닥 진짜 바닥이 아니라 안이 텅 비어버린 가짜 바닥 진실된 땅 끝 오롯이 서 있을 수 있는 바닥은 가짜 콘크리트 보도블록 인공 골조의 아래 저 멀리 어둠의 깊은 곳 닿을 수 없는 곳에 가려져 버렸는데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은 꼭대기 꼭대기는 바닥 우습게도 모조된 바닥 쌓아올린 규칙들로 이루어진 정상과 비정상, 주류와 비주류, 위계와 평등 지배와 피지배, 여성과 남성


가까워지고
다시 멀어지기
부유?
맞닿기
다시 한 번 더 넘고
붕 뜬 상태
다시 닿기







2023. 12.       연극 연습의 초기에는 종종 배우가 역할을 뒤집어쓰지 못하고 자신과 혼동하는 일이 벌어진다. 사방에 붙은 거울에 공간이 중첩된다. 마치 전개도 같지 않아? 마루 바닥의 연습실 중앙에 한 사람이 있고 지켜보는 다섯이 있다. 공기 중에 서늘한 느낌이 감돈다. 혼자 선 사람은 상대가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말을 내뱉는다. 표정과 행동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건조한 눈들은 종잡을 수 없는 몸을 한 템포 느리게 따라간다. 눈으로 쫓으며 손으로 쓴다. ‘전개도에 갇혀 몸의 이곳저곳이 분리됨.’ 시선을 고정한 채 다시 쓴다. ‘뒤죽박죽’, ‘몇 명으로 나뉘었는지 모르겠음.’

몇 분이 지나 모든 게 끝나면 숨을 몰아 쉬는 이와 눈이 마주친다. 그 뒤로 비친 거울 속에 수많은 자신이 복제된다. 자신과 유리되고 싶어 하는 사람. 원하지 않아도 그래야만 하는 사람. 내게 그 사건은 그렇게  ‘분리된 사람’이라는 다섯 글자로 압축되었다.
그 뒤를 다른 낱말들이 뒤따른다. ‘혼란’,’분리’,’아른거림’,’몰아치다.’

압축된 단어 아래 실제로 그 상황을 이루던 것들은 점점 머리 속에서 휘발되어 파편 같은 감상만 남는다. 의자와 책상의 위치, 스위치를 껐다 키는 손, 미끄러지는 다리, 공허한 눈동자. 도저히 상황이라고 명명할 수 없는, 조각난 행동들이 기억 속 장소 안에 둥실둥실 떠오른다.

(분리된 장면,2023)


     위와 반대로 단어에서 사건을 떠올려 본다. ‘소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보겠다. 지하철은 가끔 선로를 따라 휘어진다. 그럴 때면 칸과 칸을 연결하는 출입구 창문 너머가 흥미롭게 변하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이어질 것만 같았던 열차 안의 공간이 나눠지고, 바닥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따라 시야가 떨리기 시작한다.

그 때가 되어서야 내가 있는 공간이 실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것, 휘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직선으로 귀에 때려 박히는 수많은 기계의 굉음들 사이에 변수가 생긴다. 선로와 열차의 바퀴 사이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하면, 바이올린 현을 느리게 이어 키는 것 같은 고음역대의 일정한 소리가 반복된다. 그 소리가 소음 치고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 소리는 곡률을 가진 날카롭고 아름다운 선이다. 속도가 줄어들수록 ‘소음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 소리’는 비명처럼 변한다. 마지막에 다다를수록, 이를 테면 직선으로 내리치는 폭발적인 굉음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소음은 머리 속에 ‘곡선과 직선이 뒤엉켰다 풀리는 어지러움’으로 저장되었다.

(소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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